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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9 04:11
지난 주말에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이번 시즌 마지막 경기가 있었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역전 우승 가능성이 남아있기는 했습니다만, 다들 알듯이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지요. 이전 라운드에서의 토트넘의 승리로 챔피언스리그의 진출팀도 모두 가려진 상태였고, 최근의 몇몇 시즌과는 달리 강등팀들도 이미 결정지어져 있었습니다. 첼시가 이른 시간에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키는 것으로 09-10 시즌의 모든 드라마는 막을 내렸습니다. 더 이상의 이변도, 가슴을 졸이는 막판 순위 경쟁도 없는, 어찌 보면 다소 맥빠지는 마지막 라운드라고도 말할 수 있겠습니다. 


아, 마지막 경기에서 시원한 골 세례를 퍼부으며 우승을 확정지은 첼시의 팬들은 예외겠지요. 위건이 비교적 약체라고는 하지만, 올 시즌 강팀을 심심치 않게 잡았던 것을 감안하면 그렇게 마음을 놓을 상황도 아니었으니까요. 이 마지막 경기야말로 첼시팬들에게는 한 시즌을 마무리 짓는 최고의 드라마였을 겁니다. 번리와 포츠머스, 그리고 헐시티의 팬들에게도 마지막 라운드는 특별한 경기가 되겠지요. 이미 하위 리그로의 강등이 결정지어진 상황에서, 이날의 경기는 - 당분간은 - 프리미어리그에서의 마지막 경기로 팬들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아있을 겁니다. 그리고 한 경기를 남기고 숙원의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확정지은 토트넘의 팬들은, 강등권 팀에게 4-2로 패하는 자신의 팀을 그럭저럭 너그러운 눈으로 바라보았을테고, 마지막 라운드까지 우승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들은 안타까움 속에서 90분을 보냈을 겁니다. 그리고, 그리고 또 다른 팀의 팬들은...


예. 실은 '맥빠진 라운드' 라는 건 없지요.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의 마지막 라운드를 '숨막히는 드라마' 라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저는 어떤 의미에서는 이것이 리그의 마지막 날에 좀 더 어울리는 풍경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리그의 팬들은 이미 아홉달여의 기간 동안 수많은 드라마를 써내려간 선수들과 함께 울고 웃었습니다. 이 날은 그 길고 지난한 여정의 마지막 날입니다. 어떤 팬들에게는 행복한 시즌으로, 다른 팬들에게는 불행했던 한때로 기억될 시간들이지만, 이제 곧 이 모든 것들은 '과거형' 이 되어버립니다. 그래도 아직은 그 달콤하고도 쓸쓸한 여운이 남아있는, 축제의 마지막 날인 것이지요. 


이런 감상은 시즌 중이라면 절대로 가질 수 없는 감정입니다. 1위는 1위대로, 꼴찌는 꼴찌대로, 리그의 팬이라면 누구나 저마다의 근심과 조바심이 있지요. 한경기가 끝나면 그 다음 경기를 걱정하게 됩니다. 시즌 중의 축구팬에게 '축제의 여운' 과 같은 이야기는 그야말로 사치인 것입니다. 이미 중요한 순위는 가려진 상태에서의 시즌 최종 라운드는,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들에게 '그동안 수고 많았어요' 하고 흐뭇한 성원과 함께 짧은 이별의 인사를 보내는 특별한 순간이 됩니다.


물론, 이것은 남의 나라의 리그 이야기입니다. 우리의 리그 - K-리그로 눈을 돌려보면 상황은 조금 달라집니다. K-리그는 6강 플레이오프와 챔피언 결정전을 통해 그 해의 우승팀을 가리는, '챔피언십' 제도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제도는 리그 막판까지 보다 많은 팀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더 많은 팬들의 관심을 붙잡아 두기 위한 것입니다. 그 의도는 꽤나 성공적이어서, 리그 마지막 날에서야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여섯 팀의 면면이 모두 가려지는 긴장감 있는 상황이 두 시즌 연이어 펼쳐졌습니다. 그 대가로 우리가 잃은 것은? 예. 바로 그 '달콤하고도 쓸쓸한' 축제의 마지막 날입니다. 마지막 여섯 팀에 들지 못한 팀의 팬들은, 아직 진행 중인 잔치에 나의 자리는 없다는 상실감 속에서 한 시즌을 마치게 됩니다. 6강 플레이오프가 진행되면서, 몇몇 팀의 팬들은 예고 없이 갑작스레 끝나버린 자신의 축제를 발견하게 됩니다. 살아남은 팀은 마지막 한 경기가 끝날 때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고, 떨어진 팀은 질투심에 괴롭습니다. 흐뭇한 박수도, 때를 놓치지 않은 이별의 인사도 없습니다.


어쩔 수 없지요. 포스트시즌이라는 것이 원래가 그런 것이니까요. 리그의 재미와 흥행을 위해 마지막까지 순위경쟁을 시키는 것이 바로 포스트시즌의 토너먼트 제도입니다. 그러나 제가 의심스러운 것은 이런 것입니다. 축구팬들의 흥미를 돋굴 방법이라는 것이 오직 순위경쟁에만 있는 것인가요? 저는 사람들이 축구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순위 싸움'보다는 축구 그 자체가 갖고 있는 '드라마'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프리미어리그의 마지막 날에 수많은 '드라마'들이 생겨나는 것은, 모든 경기들이 한날 한시에 시작하기 때문이겠죠. 몇몇 팀들의 희비가 시간대별로 갈리는 피 말리는 상황이건, 이번 시즌처럼 다소 느슨한 마지막 경기가 되건, 이날은 리그의 모든 팬들이 한 시즌에 작별을 고하는 시간이고, 그것으로 이미 감동적인 '드라마' 입니다. 프리미어리그의 마지막 날을 함께 할 자격은 모든 팀의 팬들에게 동등하게 부여됩니다. 토너먼트를 통해 살아남은 단 두 팀의 팬이 아니라요.


애초에 우리 리그의 포스트시즌 제도는, 상하위 리그간의 승강제가 시행되고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가 활성화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된다고 하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작년부터 K-리그의 ACL 출전권이 네 장으로 늘어나면서, 한 가지 필요조건은 충족된 듯 합니다. 그러면 이제 남은 것은 승강제 하나 뿐입니다. 프로축구연맹은 2006년부터 단계적으로 승강제도를 실시하려고 했지만 내셔널리그 우승팀의 승격 포기로 무산된 과거가 있습니다만, 빠르건 늦건 승강제도의 시행은 불가피하게 되었습니다. AFC가 2012년까지 ACL 출전국에게 승강제 도입을 의무화 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만 된다면, 상위권팀들은 ACL 출전권을 노리고, 하위권 팀들은 강등을 피하기 위해 리그 막판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됩니다. 포스트시즌 제도를 유지할 필요가 사실상 없어지는 셈입니다. 승강제 도입 이후에 대해 연맹은 어떤 준비를 하고 어떤 그림을 그려가고 있을까요? 그때에는, K-리그의 팬들도 '축제의 마지막 날' 을 갖게 될까요? 

2010. 5.14 스탠드에서 본 풍경 _ 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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